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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종환

왕정순 시의원 2006. 9. 19. 12:38

      
       
      세월 /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