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학/서정주

왕정순 시의원 2006. 8. 3. 17:31


    학(鶴) / 서정주



    천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날은다


    천년을 보던 눈이
    천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 한번 천애에 맞부딪노나.


    산덩어리 같아야 할 분노가
    초목도 울려야 할 설움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서니,
    보라, 옥빛, 꼭두서니,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은 보자


    누이의 어깨너머
    누이의 수틀 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은 보자
    울음은 해일
    아니면 크나큰 제사와 같이


    춤이야 어느 땐들 골라 못 추랴
    멍멍히 잦은 목을 제 쭉지에 묻을 바에야
    춤이야 어느 술참 땐들 골라 못 추랴


    긴 머리 자진머리 일렁이는 구름 속을
    저, 울음으로도 춤으로도
    참음으로도 다하지 못한 것이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저승 곁을 날은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안에 머문 사랑이라면  (0) 2006.09.04
♧마음  (0) 2006.08.28
♧낭송시-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0) 2006.07.16
♧그러나 나는  (0) 2006.07.12
♧타지마할  (0) 200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