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교육]

☆설익은 영어 몰입....유치원까지 '광풍' 고액과외 등장

왕정순 시의원 2008. 2. 26. 11:55

2008년 2월 26일 (화) 10:17   경향신문

설익은 영어몰입…유치원까지 ‘광풍’ 고액과외 등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은 뒤 ‘영어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영어 유치원’(유아 대상 어학원) 입학을 위해 선행 학습을 하려는 유아들을 겨냥한 고액 영어 과외까지 등장하고, 영어 학원들은 수강 대기자 명단까지 받는 등 사상 최대 특수를 누리고 있다.

통·번역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배애리씨(25·여)는 얼마 전 5살과 6살 자매의 아버지인 김모씨(40)로부터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특별과외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반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이 영어 유치원으로 옮기기 전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미리 영어를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원어민 강사가 유아들을 돌보는 영어 유치원에서는 모든 학습과 놀이가 영어로만 진행된다.

교육비가 월 150만~2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영어 유치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ㅂ학원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외국인 원어민 교사가 하루 5~6시간 어린이들에게 맞춤식 영어 교육을 제공한다. 수업료는 월 150만원대. 여기에 특별활동 등이 추가되면 교육비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미술이나 피아노·태권도·요리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이른바 영어 몰입교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우려가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학기를 앞둔 영어 학원에는 수강생들이 밀려들고 있다. 웬만한 영어 학원은 1~2개월 전에 예약한 뒤 수준 테스트에 합격해야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 ㅇ학원은 테스트 신청 대기자가 3월 말까지 꽉 찼다.

대치동 ㅈ어학원 관계자는 “본원은 수강생이 이미 마감됐고, 잠실·평촌의 신규 분원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수강생이 2배쯤 몰렸다”고 말했다. ㅋ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초등학고 3·4학년이 가장 많이 왔는데 인수위 발표 이후 초등 1·2학년과 유치부 등록생이 크게 늘었다”며 “유치부는 원래 맛보기 식으로 1주일에 2~3회 수업을 했는데 이제는 주 5회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영어 사교육 광풍에 학부모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박현숙씨(42)는 “영어 비중은 이렇게 커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유치원생들까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은 인수위의 영어 교육 정책이 낳은 부정적인 결과 중의 하나”라며 “설익은 정책으로 오히려 사교육 시장만 더 키워놓은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 유희진·박수정기자 〉